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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 아부쟁이 속 인물관계 분석과 상징성

by 영화가조아요 2025. 4. 7.

영화 아부쟁이 포스터

영화 ‘아부쟁이’는 직장 내 권력관계와 인간의 본성을 유쾌하게 풍자한 작품으로, 2019년 개봉 당시 독특한 시선과 대담한 연출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한 아부가 하나의 생존 전략처럼 작동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 인물들의 관계는 곧 권력의 흐름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장치로 기능합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아부를 주제로 한 코미디가 아니라, 인간 심리와 사회적 위계를 날카롭게 드러내며 관객에게 씁쓸한 웃음을 던집니다. 본 리뷰에서는 ‘아부쟁이’ 속 인물들의 관계 구조를 중심으로, 각 캐릭터가 지닌 사회적 상징성과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1. 주인공 태수, 아부의 세계에 들어서다

영화의 주인공 ‘태수’는 평범한 회사원이자 영화 속 사회 구조를 관통하는 시선의 중심입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능력으로 평가받기를 원하는 인물로 등장하지만, 조직 안에서 실적보다 관계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현실을 깨닫게 되면서 변화를 겪습니다. 특히 상사인 ‘강과장’과의 관계는 영화 초반부터 아부의 시작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축입니다. 태수는 처음엔 강과장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려 하지만, 점차 회사 내 생존을 위해 그를 모방하고 심지어 더 적극적인 아부를 시도하게 됩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개인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적 조건에 의해 인간이 어떤 식으로 타협하게 되는지를 상징합니다. 아부는 그저 웃음을 위한 설정이 아니라, 시스템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제시되고 있으며, 이는 현대 직장인의 현실을 매우 날카롭게 반영합니다. 태수의 점진적인 변화는 마치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듯합니다. “당신은 과연 이 구조 안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그의 인물 설정은 개인과 조직, 이상과 현실 사이의 균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상징적 장치입니다.

2. 강과장과 김부장, 권력 피라미드의 꼭대기

‘아부쟁이’의 핵심 갈등 구조는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의 권력 게임에서 비롯됩니다. 이 중에서도 ‘강과장’은 매우 상징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회사 내에서 공식적 권한보다 더 큰 비공식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자신의 기분에 따라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그의 존재는 수직적인 조직문화의 축소판으로 볼 수 있으며, 부하 직원들은 강과장의 눈치에 따라 업무는 물론 인간관계까지 조정하게 됩니다. 그 위에 있는 ‘김부장’은 겉으로는 점잖고 중립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조직 전체를 움직이는 진짜 권력자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김부장조차 자신의 윗선에 아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권력은 끝없이 위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 구조는 아부가 단순히 아래 사람이 위 사람에게만 하는 행동이 아니라, 위계 전체를 관통하는 생존 방식임을 보여줍니다. 강과장은 부하 직원들에게 공포와 경멸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그들이 되고 싶어 하는 위치이기도 합니다. 그는 권력의 화신이며, 그의 행동은 조직의 비효율과 비인간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도구로 작용합니다.

3. 동료와 경쟁자, 생존을 위한 줄타기

태수의 동료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각기 다른 생존 전략을 선택한 인물들로서 사회적 군상을 대변합니다. ‘정대리’는 전형적인 “순응형 아부쟁이”로, 어떤 상황에서도 상사에게 반기를 들지 않고, 그들이 원하는 말만 골라서 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사내 인기인으로 보이지만, 사실 모든 감정을 억누른 채 체제에 순응한 존재입니다. 반면 ‘윤주임’은 처음엔 진실을 말하고자 했지만, 곧 자신의 이상이 무시되는 현실에 좌절하고 결국 아부에 가담하게 됩니다. 이처럼 인물들은 각자의 처지에 맞춰 선택하지만, 공통적으로 생존이 최우선 가치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영화는 이들의 선택을 비난하지도 미화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이 구조 안에서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관객이 각 인물에 스스로를 대입해보게 만듭니다. 아부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인간의 이기심, 욕망, 두려움, 연대 등이 다층적으로 드러나며, 동료와 경쟁자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한지도 잘 보여줍니다. 이는 현대 직장에서 인간관계가 얼마나 유동적이고 위태로운지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장면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아부는 죄인가, 생존인가?

‘아부쟁이’의 가장 인상 깊은 메시지는 바로 “아부는 죄가 아니라 생존일 수 있다”는 아이러니한 결론입니다. 영화는 아부를 무조건 나쁘게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필수적인 생존 전략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복합적인 시선은 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며, 단순한 풍자에서 철학적 물음을 던지는 작품으로 완성도를 높입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태수가 자신도 모르게 아부를 하는 장면은 씁쓸한 여운을 남깁니다. 그것은 단지 그의 몰락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시스템 안에서 조금씩 ‘아부쟁이’가 되어가고 있음을 상징합니다. 인간의 본성, 조직 문화, 권력의 메커니즘이 교차되는 이 지점에서 영화는 묻습니다. “진짜 문제는 누구인가?” 아부를 하는 개인인가, 아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시스템인가. 이러한 질문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관객의 머릿속에 남게 되는 질문입니다. ‘아부쟁이’는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통렬히 비판하며, 우리에게 진정한 자아와 생존의 균형에 대해 되묻습니다.

‘아부쟁이’는 단순한 직장 코미디를 넘어, 인간관계의 본질과 사회 구조의 민낯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인물 간의 관계는 단지 캐릭터 간의 감정선이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극’의 일부이며, 관객은 그 안에서 자신을 투영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가볍게 웃고 끝내기엔 너무나 뼈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아부라는 행동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본질을 비추는 이 작품은, 현실을 관통하는 강렬한 메시지를 품은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