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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도시 감성 로코영화, 장르만 로맨스 분석

by 영화가조아요 2025. 4. 6.

영화 '장르만로맨스' 포스터

‘장르만 로맨스’는 2021년 개봉한 한국 영화로, 류승룡, 오나라, 김희원, 이유영 등이 출연한 다인물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이 영화는 ‘로맨스 장르’를 빌려 일상 속 관계의 민낯을 유쾌하게 풀어내며, 서울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간 군상의 다양한 감정을 도시 감성으로 그려냅니다. 영화 속 등장인물은 모두 각자의 사연을 품고 있으며, 이들이 얽히고설키는 과정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의 관계, 사랑, 그리고 자아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도시 감성’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영화의 배경, 캐릭터 구성, 관계 서사, 장르 실험성까지 함께 분석해보겠습니다.

1. 서울이라는 도시가 만든 관계의 거리

‘장르만 로맨스’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상당히 도시적인 감수성과 정서를 품고 있습니다. 서울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도심의 카페, 고급 아파트, 복잡한 도로, 그리고 각자의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도시는 물리적으로는 가까이 있지만, 정서적으로는 멀리 떨어진 사람들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 속에서 자신의 외로움이나 결핍을 채우기 위해 관계를 맺지만, 그 관계는 언제나 균열의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김현(류승룡)은 인기 작가이자 교수지만 아내와 별거 중이며, 제자와 엮이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입니다. 또,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인물들이 사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도시가 만들어낸 관계의 단절과 오해를 은근하게 풍자합니다. 서울이라는 공간은 단지 배경이 아닌, 관계의 메타포로 기능하며 인물들의 감정선과 서사에 깊이를 더합니다. 시종일관 세련되면서도 외로운, 도시의 공기가 화면을 통해 잘 전달되는 점이 ‘장르만 로맨스’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시킵니다.

2. 얽히고설킨 다인물 구조의 매력

이 영화는 단일 커플이나 주인공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다인물 서사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김현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는, 전 부인(오나라), 출판사 대표(김희원), 신인 작가(이유영), 제자(성유빈) 등의 이야기로 가지를 뻗어 나가며, 각자의 로맨스와 갈등이 병렬적으로 전개됩니다. 이러한 구조는 도시적인 삶의 복잡성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서울처럼 바쁜 도시에서는 하나의 이야기가 아닌 여러 개의 삶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고, 그것이 얽히면서 일어나는 감정의 충돌은 더욱 현실적인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특히 인물 간의 연애가 단순히 감정적인 끌림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상황과 사회적 위치, 나이 차이, 가치관의 차이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기존의 이상화된 로맨틱 코미디와는 다른 매력을 보여줍니다. 각자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구조는, 관객이 특정 인물 하나에만 몰입하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의 감정을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러한 다인물 구조는 스토리의 밀도를 높이고, 코미디와 진지함이 교차되는 서사를 가능케 합니다.

3. 류승룡과 오나라의 리얼한 케미

‘장르만 로맨스’의 중심에는 류승룡과 오나라가 있습니다. 두 배우는 극 중 이혼한 부부로 등장하지만, 여전히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묘한 관계를 리얼하게 그려냅니다. 류승룡은 감정 표현이 서툴고 자기중심적인 작가 캐릭터를, 오나라는 일과 가족, 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강단 있는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진심 어린 연기를 선보입니다. 특히 이혼 후에도 아이 문제나 주변 사건으로 얽히는 두 사람의 대화는 현실 커플이 겪을 법한 갈등과 애증을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둘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유쾌하면서도 씁쓸한 여운을 남기며, '사랑은 끝났지만 관계는 끝나지 않았다'는 현대적 관계의 양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이 외에도 김희원, 이유영, 성유빈 등의 조연들도 각자의 색깔을 잘 살려 극에 활력을 더합니다. 배우들의 생활 밀착형 연기는 도시 배경의 일상적인 풍경과 잘 어우러져, ‘장르만 로맨스’를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 이상으로 끌어올립니다. 이들의 케미는 과장되지 않고 현실적이며, 도시인의 삶에 스며든 감정을 담담하게 풀어내 관객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4.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대한 유쾌한 해체

영화의 제목 ‘장르만 로맨스’는 이 작품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드러냅니다. 제목 그대로 이 영화는 로맨스라는 장르의 틀을 차용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로맨스를 해체하고 전복시키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캐릭터들은 사랑을 하긴 하지만 그것이 언제나 행복하고 아름다운 방향으로 흐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연애, 결혼, 이혼, 양육, 외도, 우정 등 다양한 관계 안에서 갈등하고 실망하고 때론 후회합니다. 이러한 장면들을 유쾌하게, 때로는 냉소적으로 풀어내면서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에 대한 유쾌한 패러디를 선보입니다. 특히 작가라는 직업을 통해 ‘로맨스 서사’ 자체에 대해 메타적으로 접근하는 부분도 흥미롭습니다. 김현이 쓴 소설 속 이야기와 현실의 엇갈림, 그리고 출판사에서 일어나는 편집 과정은 로맨스 장르가 얼마나 의도된 틀 안에서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영화는 장르를 소비하면서도 동시에 장르를 해체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웃음 속에 뼈가 있는 대사들, 예상을 비트는 전개, 해피엔딩만이 아닌 열린 결말은 관객에게 유쾌함과 여운을 동시에 남기며, ‘장르만 로맨스’가 단순한 오락영화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장르만 로맨스’는 사랑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외로움과 관계에 대한 갈망, 그리고 현실적인 선택들이 녹아 있습니다. 서울이라는 도시 배경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관계의 형태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도 맞닿아 있으며, 그것을 유쾌하고도 섬세하게 풀어낸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의 경계를 넓히는 데 성공했습니다. 장르적 틀을 빌리되 그 틀을 넘어서려는 시도는 관객에게 새로운 관점을 선사하며,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작품으로 남습니다.